
얼마 전 행당동 주택가에 새로 오픈한 일식 덮밥집 행당동부리에 가봤다.
2인 테이블 5~6개 정도의 작은 매장이고 30대로 보이는 남자 사장님 혼자 운영한다.

들어갔을 땐 식사 중이던 테이블들이 꽤 있었는데 먹다 보니 다 빠졌다.
저녁엔 술이랑 안주 메뉴를 판매한다는데 평일이어서 그런지 술 마시는 손님은 없었다.

투명한 유리로 주방 내부가 보이는데 매우 협소하다.
혼자 운영할 수밖에 없는 크기.

공간이 좁아서 장국과 카드 결제기가 공존하고 있다.
밤 11시까지 영업이고 8시에 갔는데 벌써 장국이 다 떨어져서 반 그릇 따르니 없었고 고명은 처음부터 없었다.
사장님한테 말하려다 혼자 요리하느라 바쁘고 정신없는 것 같아서 그냥 말았다.
사실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미리 체크해서 부족하면 채워놓는 게 맞지만,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으니 그러려니 했다.

수제 냉소바와 돈가스 세트(13,900원), 대파폭탄 규동(8,900원)을 주문했다.

반찬은 유자 단무지와 마늘종 장아찌인데 둘 다 괜찮았다.

냉소바 육수는 시판 쯔유에 물 탄 익숙한 맛으로 특별함은 없었다.
그렇다고 맛없는 정도는 아닌 평범한 맛이지만 내 입맛엔 다소 싱겁고 육수 양도 부족했다.
면도 시판 메밀면 같은데 잘 삶아서 식감은 좋았다. 하지만 양이 부족.

돈가스는 나오자마자 실망했는데, 모양부터가 시판 성형 냉동 돈가스다.
가기 전에 찾아본 후기 중에 돈가스가 엄청 맛있다는 글이 있었는데, 그냥 시판 돈가스 사다 집에서 튀겨 먹으면 똑같은 맛 난다.
물론 이것도 맛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식 돈부리 전문점에서 직접 만든 게 아닌 시판 돈가스를 튀겨주는 게 실망스러웠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좁은 주방에서 혼자 운영하려면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내가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그리고 세트 메뉴라면 하나가 메인이고 다른 하나가 사이드라는 느낌이어야 하는데, 여긴 냉소바랑 돈가스 둘 다 작아서 세트 메뉴라는 느낌보다는 사이드만 두 개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니 자연히 13,900원이란 가격도 비싸게 느껴짐.


마지막으로 대파폭탄 규동.
기본 규동보다 400원 비싸지만 대파를 좋아해서 시켜봤는데 내 기준엔 ‘대파폭탄’이란 이름을 붙일 만큼 대파가 많진 않았다.
고기는 냉동 소고기를 꺼내서 바로 조리하는데 잡내가 나거나 하진 않았지만 기름도 많고 식감도 다소 질긴 것이 별로 좋은 고기는 아니었다.
규동 소스도 역시 평범하고 익숙한 맛.
장인이 혼자 운영하는 동네 숨은 일식 맛집 비슷한 걸 기대한 게 잘못이었을까?
전체적으로 음식이 기성품 위주의 일식 김밥천국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안 먹어 본 다른 메뉴들이나 안주 메뉴는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날 먹은 3가지의 음식은 모두 그랬다.
카레도 맛있어 보여서 먹어 보고 싶었는데 재방문하게 될 가능성은 낮다.



